[단독] “김용, 보석 석방 뒤 변호인과 ‘1억 수수 날짜’ 위증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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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9. 오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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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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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金 재판 조직적 알리바이 조작’ 의혹 수사

이재명 캠프 출신 서·박씨 요청에
이 前 경상원장 “김용 만났다” 위증
서·박씨, 이씨에게 수차례 연락
“신씨는 사실 확인서도 낸다” 설득

金, 변호사에 “이, 신씨 사실에 기초해 증언”
알리바이 조작계획 인지 정황
檢, 金·관련자 위증교사 규명 주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서 조직적인 위증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이 변호인과 위증 처벌 가능성을 논의한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거짓 알리바이 조작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정황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시스
2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5월 보석 석방된 후 7월 자신의 변호인 이모 변호사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해당 대화에서 김 전 부원장은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신모 경기도에너지센터장의 사실에 기초해 증언했음에도 위증 혐의가 가능하냐”고 질문했다. 이씨가 자신의 기억이 아닌 ‘신씨의 말’ 또는 ‘신씨가 제출한 사실 확인서’에 기초해 증언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에게 “(검찰이) 이씨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신씨와 이씨를 불러 조사할 것”이라며 “이씨가 신씨 의견에 따라 증언한 것이니 위증은 피해 갈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은 일단 기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원장이 이 변호사에게 해당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이씨가 위증 혐의로 지난해 6월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다.
 
이씨는 지난해 5월4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21년 5월3일 오후 3시∼4시50분 수원에 있던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실에서 신씨와 함께 김 전 부원장을 만났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일련의 조직적인 위증교사 내용을 김 전 부원장이 최소한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정황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씨가 확실히 맞다고 생각해서 증언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해당 텔레그램 내용은 이와 배치된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거짓 알리바이' 증언을 부탁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와 서모씨가 지난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씨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 출신 서모씨와 박모씨에게서 ‘2021년 5월3일 신씨와 함께 김 전 부원장을 만났다고 증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부원장이 1억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받았다고 검찰이 지목한 날짜다.
 
박씨는 지난해 4월18일 “그날 누구와 만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씨에게 “신씨는 그날 김 전 부원장과 셋이 함께 만났다고 한다”며 “신씨는 사실 확인서도 낼 건데, 그렇게 증언해 주면 안 되냐”고 설득했다고 한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이후에도 이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자신들이 만든 ‘가상 시나리오’에 맞춰 진술하도록 세부적인 증언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이 변호사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서씨가 만든 ‘가상 시나리오’ 사진도 확보했다. 이들은 김 전 부원장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한 적 없다는 증거와 충돌하지 않도록 ‘국도를 통해서 갔다’는 시나리오까지 미리 짜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원장이 서·박씨의 위증교사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또 다른 정황도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5월 이씨의 증인신문 도중 직접 나서 “제가 5월3일 뵈러 간 것 외에 전후로 만난 적 있었냐”고 물었다. 이씨는 김 전 부원장을 적어도 3번 이상 만났지만, “2번만 만난 걸로 해 달라”는 서·박씨의 요청에 따라 “만난 건 두 차례뿐이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원장과 이씨가 서로 친분이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씨가 검찰의 압박수사에 당시 사실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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