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헌신·희생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 계속할 것"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경기 파주시 공동경비구역(JSA)을 지키는 주한유엔군사령부의 경비대대원들이 지낼 새로운 장교 숙소가 '보니파스 & 바렛 배럭스'(BONIFAS & BARRETT BARRACKS)로 명명됐다.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미군 장교를 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비도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니파스와 바렛'은 48년 전인 1976년 8월18일 판문점 JSA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 유엔군 제3초소 앞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미루나무 만행 사건) 때 숨진 미군 장교 2명이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캠프 보니파스'(JSA 대대)에서 진행된 명명식엔 유엔사의 미국 측 참모장 존 와이드너 소장과 한국 측 참모장 강인규 소장, 주성운 육군 1군단장(중장), 방정환 국방부 군사정책기획실 차장(준장 진), 중립국 감독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단층 구조의 이 숙소는 JSA 대대 소속 미측 장교들이 지낼 곳으로, 우리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낙후된 기존 숙소를 대체한 것이다. 그 바로 옆엔 미국 측 부사관용 건물도 지어져 조만간 숙소로 활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엔사 경비대대장은 미국 측 장교가, 부대대장은 한국 측 장교가 맡고 있으며, 이들의 계급은 모두 중령이다.
명명식이 진행된 이날에는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비석 제막식도 함께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 비석에 '1976. 8.18. 임무수행 중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공동경비구역 중대장 보니파스 소령과 소대장 바렛 중위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신축 미 장교숙소를 보니파스 & 바렛 배럭스로 명명한다'라는 내용의 문구를 담았다. 비석엔 JSA 마크와 태극기, 성조기도 새겨졌다.
도끼만행사건 당시 우리 측에선 근로자들이 북한군 초소 관측에 방해가 됐던 미루나무의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한미 양국 군 장병들이 이를 감독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가지치기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지치기 작업에 투입된 인력의 3배가량의 인력을 투입해 도끼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바렛 중위 등 미군 장교 2명이 숨졌다.
이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폐쇄됐고 JSA 내에도 군사분계선(MDL)이 그어졌다. 또 JSA 장병들이 소속된 JSA 대대가 배치된 부대는 사건 당시 희생된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따 캠프 보니파스로 불리고 있다.
사건 당시 유엔사 경비대대 부대대장으로서 북한군에 맞서 싸웠던 예비역 소령(사건 당시 계급 대위) 김문환씨는 이번 명명식에서 "우리는 48년간 두 분의 영웅을 기억해왔다. 그리고 이 명명식을 통해서 우리는 앞으로도 두 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라고 추도사를 읊었다.
김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도끼만행사건 50주년인 2026년에 유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우리가 미국 군대, 국민에게 떳떳해질 수 있고, 우리 국민들의 안보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로부터 명명식 사진을 이메일로 받아본 유가족들도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유엔사 역시 "우리는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