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억 잃게 했는데 벌금 800만원···‘라임펀드 판매’ 대신증권 센터장 직대 약식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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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9.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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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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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조6000억원대의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전 대신증권 센터장 직무대리(PB·프라이빗 뱅커)를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항고를 제기했다. 검찰이 민생과 밀접한 펀드 사기판매 사건을 소극적으로 다룬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최근 A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직무대리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벌금 8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대신증권 임원의 부인인 A 전 직무대리는 공범인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후임으로 센터를 이끌었다. 대신증권은 2019년 7월 기준 라임 펀드를 1조1760억원(전체의 20%)가량 판매한 최대 판매처로 알려졌다. 반포WM센터가 이 중 1조원 가량을 팔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전 직무대리는 2017년 9월~2019년 9월 장 전 센터장과 공모해 ‘담보금융상품’, ‘연 8% 이상의 준확정금리’, ‘상품 손실 가능성 0% 가까이 조정’ 등의 허위 내용을 설명자료에 기재한 뒤 피해자들에게 라임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라임 펀드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A 전 직무대리의 설명과 달리 투자위험등급이 1등급에다 투자 대상이나 방식을 확인할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로 초고위험 상품이었다.

고소인들은 A 전 직무대리의 설명을 믿고 노후자금, 퇴직금을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 총 9억8000만원을 잃었다. A 전 직무대리의 라임 펀드 판매 총액은 약 360억원으로 추산된다. A 전 직무대리는 2016년에는 성과급을 115만원 가량 받았으나 라임 펀드를 판매한 뒤인 2017년~2019년에는 약 2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앞서 라임 펀드 판매를 주도한 장 전 센터장은 2021년 5월 서울고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고객들에게 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 PB들도 장 전 센터장의 ‘공범’으로 판단했고, PB들이 본사로부터 ‘고객예상질문’ e-메일을 받은 뒤 라임 펀드가 고위험 상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도 있다고 봤다.

장 전 센터장은 검찰이 펀드 사기판매 사건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다만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A 전 직무대리 역시 사기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은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했다. 피해자를 대리한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A 전 직무대리가 장 전 센터장과 긴밀히 움직였고 피해를 확산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점에 비춰 사기 혐의 기소나 정식 기소로 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니 홍콩 ELS 사태 같이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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