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양광, 멀쩡한 산·논밭 대신 다 쓴 매립장에 깐다

입력
수정2024.01.30. 오후 2:57
기사원문
박상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종료 매립장’ 규제 완화 추진

지난 25일 경기 화성시 한 민간 매립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정부는 방치된 ‘종료 매립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얻는 방안을 추진한다. /독자 제공

정부가 꽉 찬 쓰레기 매립장을 활용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얻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매립이 끝난 ‘종료 매립장’은 30년 동안 버려진 땅으로 방치했지만 태양광 패널 설치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태양광을 늘린다며 멀쩡한 산이나 논밭을 훼손하는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2050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의 다 쓴 민간 매립장 163만3914㎡(약 50만평)를 활용해 태양광 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 축구장 69개 규모다. 민간 매립장은 소각했거나 타지 않는 쓰레기만 묻는 경우가 많다. 매립이 끝난 뒤에도 유독 물질이 나오거나 땅이 꺼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해당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공공 매립장은 생활 쓰레기를 바로 묻어 지반이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은 민간과 공공 매립장을 구분하지 않고 ‘30년 사용 금지’를 걸어뒀는데 이런 규제를 개선해 비교적 안전한 민간 매립장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래픽=백형선

현재 전국 종료 매립장 70곳 중 1곳만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민간 매립장 활용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으로 버려졌던 매립장 부지를 태양광 발전 등에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가 산업단지 내 민간 매립장 부지는 발전 사업자가 빌릴 수가 없다. 이런 규제를 없애면 발전 사업자가 땅을 빌린 뒤 태양광 시설을 직접 지어 사업을 할 수 있다. 매립업자가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이렇게 태양광 부지를 확보하면 환경 훼손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태양광 시설 등을 좁은 땅에 만들다보니 멀쩡한 산이 깎이고 논밭이 망가졌다. 한국환경연구원(KEI)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후 허가된 산지 태양광 중 2057곳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태양광 빚’에 시달리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 재작년 기준 농민들의 태양광 빚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다 쓴 매립장 활용 정책은 전국 공공 매립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2026년부터 수도권, 2030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를 바로 묻을 수 없기 때문에 매립장 부지는 침하 등 위험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공공과 민간 종료 매립장을 더하면 면적이 여의도(290만㎡)의 3.2배 크기인 946만1614㎡, 축구장(7100㎡) 1332개 규모까지 늘어난다.

종료 매립장을 이용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보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짜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발표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여야 한다. 내년 초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더 구체화한 ‘2035 NDC’를 내놔야 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원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환경을 훼손하면서 탄소 중립을 할 수는 없다”며 “종료 매립장 활용은 환경 보전과 재생에너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